William Wegman, Green Beret
우리 아버지는 개를 참 좋아하신다. 마당 있는 집에 살 때는 꼭 두어마리의 개를 길렀다. 아파트에 사는 지금에는 공장 마당에 개를 풀어 기르신다. 한때는 개들이 새끼를 낳고 낳아 스무 마리까지 불어난 적도 있다. 그 때는 놀러갔다가 여기가 지금 개 공장인가 싶기도 했다. 아버지는 늘 개들에게 사료도 챙겨 먹이시고 물그릇도 채워주신다. 종종 참치나 우유도 사다 주신다. 그렇다고 대단한 품종의 개들도 아니다. 잡종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똥개이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 차만 멀리서 보이면 어느새 꼬리 살랑거리며 나와있고, 나오는 길 따라와 배웅한다. 아버지 걷는 걸음따라 졸졸 뒤를 따르며 반가워 어쩔줄 모른다. 게다가 말도 퍽 잘 알아들으니 사람과 개 사이에도 이심전심 무엇인가 통하는 모양이다. 개가 참으로 충성스러운 동물이구나 싶다.
빗 속에 우산 받쳐들고 찾은 성곡미술관에는 William Wegman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가 기르던 개를 12년간 사진으로 남겼다. Wegman도 개를 많이 좋아한 모양이다. 사진에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위트가 넘치는 그의 장난스러운 사진 속에 담긴 개들은 훌륭한 모델이다. 멋들어진 표정과 포즈는, 그 주인과 호흡이 척척 맞았다는 느낌이다. 무슨 마술을 보는 듯한 구성의 사진은 재미있어서 개가 길게 늘어나 보이는 것도 있고 둘로 나뉘어 보이는 것도 있다. 또 두마리 개가 여러 사진으로 나뉘어 꼭 여러마리 모인 양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런 엔돌핀 솟구치는 사진이 좋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야외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Wegman과 그의 애견이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이 묻어난다. 사진 외에 그림도 접할 수 있었다. 엽서 등에서 그 바깥으로 상상력을 이어 나가 그린 작품이 재미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틀 바깥을 보는 시선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