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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미술사박물관展
미술나들이 | 2007/08/06 11:28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빛의 화가 모네전'이, 덕수궁미술관에서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두 곳 모두 시청역 가까이에 있다. 역 출구를 빠져나올 때까지 어느쪽을 보아야 할 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자장이냐 짬뽕이냐만큼 곤란하지만 행복한 고민이다. 이 둘을 한 번에 먹을 수 있게 짬짜면이라는 것도 나왔다. 허나 두 가지 전시를 하루에 보는 일은, 첫째로 시간이 부족하고 둘째로 내 머리가 이걸 다 소화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결국 덕수궁미술관쪽을 골랐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은 오스트리아의 국립박물관이다. 유럽의 어마어마한 영토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가 모은 방대한 유물을 모아놓기 위해 19세기 말에 지었다고 한다. 이 비엔나미술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회화작품 중 예순 네 점이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전시 브로셔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 프라도박물관과 더불어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이 유럽 3대 박물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 유럽 3대 박물관이라면 보통 대영박물관이나 바티칸박물관이 들어가지 않나?

장마 끝물인지 비가 쏟아붇고 쏟아붇고 또 쏟아부은 직후인지라 날씨 탓으로 사람들이 없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방학은 방학이고 전시가 전시이니만큼 인파가 해운대만큼 대단했다. 덕수궁 안에도 미술관을 향에 걷는 사람이 많아 불안불안하더니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방학숙제의 힘인지 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았고, 젊은 커플이나 중년 일행도 많이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보였는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일본인 부부가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사람이 많은 탓으로 이런 전시에서 늘 그렇듯이 기차놀이처럼 긴 줄을 이루며 관람했다. 다만 도슨트 설명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다 그리로 몰리므로 그 일대를 제외하고 엄청 한적해진다. 도슨트 설명을 듣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려해도 좋겠다. 사실 도슨트를 따라다녀도 사람이 많은 탓으로 그림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설명이 들리지 않기 일쑤일 것이다.

전시장 내에 관람객이 많고, 그만큼 줄이 길어져 작품 가까이로 붙는다. 각 작품 위에는 작은 조명이 붙어있어 연극 무대의 핀포인트 조명처럼 작품을 비춘다. 그런데 작품 바로 앞에 서면 이 조명이 작품에 반사되어 작품 일부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두어 걸음 물러나서 보아야 제대로 감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림에서 물러나면 다른 관람객에 그림이 가려 버린다. 결국은 조명이 아쉬웠다. 혹시 집중된 조명이 그림을 상하게 하지는 않나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한 회화가 5,000여 점에 달하는데 그 중에 64점을 엄선하여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정말 뛰어나지만 오지 못한 작품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거다!" 싶은 작품이 전시작 중 1할도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 홍보에는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이라는 문구를 넣었지만 실제 렘브란트의 작품은 '책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 딱 한 점이었다. 그래도 비교적 알려진 작품이고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빛에서 렘브란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렘브란트, 책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 판 레인, 1665년


교과서나 미술 서적에서 보던 작품을 실제로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좋았다. 루벤스의 그림이나 데너의 그림 등은 정말 즐겁게 누렸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군주별로 작품을 분류하여 전시한 것도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아마 내 지식이 부족한 것도 재미를 2% 부족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성서 지식이 풍부한 사람, 그리스-로마 신화에 해박한 사람,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 서양복식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몇 배는 더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면 이런 사람을 동행하여 배경 지식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루벤스, 시몬과 에피게니아, 1617년경


발타자르 데너, 늙은 여인, 1721년 이전


전시를 다 돌고 나오는 길에 엽서를 두 장 골랐다. 전시에서 감동 받은 작품 보다는 그냥 집에 두고 싶은 것으로 샀다. 벨로토의 '비엔나의 프라이융 남동부 풍경'과 무리요의 '대천사장 미가엘'이다. 엽서로 두고 보기에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도록은 대도록과 소도록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소도록으로 집어 들었다.

동아리 선배에게 받은 2,000원 할인권을 쓰긴 했지만 입장료 정가 12,000원은 아무래도 비싼감이 든다. 대여료에 대관료에 보험료까지 이래저래 많은 비용이 들었겠지만 아무쪼록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전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약간 지루하고 힘빠지는 느낌이 드는 전시여서 아쉬었다. 아마 꾸물꾸물한 날씨 탓도 있겠다. 그래도 나름대로 퍽 유익하고 흥미롭게 즐긴 부분도 있었던 전시였다. 적고 나니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이 묻어 나는데, 사실 상당한 수준의 그림들이 나온 괜찮은 전시회였다.

트랙백 |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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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aku 2007/08/11 08:25 L R X
역시 방학중에는 사람이 많군요. 저는 하루 휴가를 내서 방학을 피해 한적한 시간에 다녀왔어요. 덕분에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고 볼 수 있었던것 같아요. ^^ 램브란트의 그림은 나중에야 느낀거지만, 조명을 좀 더 어둡게 했으면 빛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그 그림에서 조명이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
marmalade 2007/08/11 11:06 L R X
데너의 그림은 정말, 그림 자체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 많은거야 뭐 그렇다쳐도..특히 달리전때보다는 나은 환경이더군요. 서랍이 달린 밀로의 비너스가 왔는데, 그 서랍을 잡아빼려는 애들이 득시글한 환경보다는 훨씬 나았어요ㅠㅠ
찬민 2007/08/11 18:04 L R X
sabaku/
그리고 방학이니까 이런 전시가 생기는 거죠. ^^
렘브란트는 그림에서 빛이 나니까 조명은 좀 약해도 괜찮았을 거 같아요. 동감입니다.

marmalade/
데너 그림에서 특히 저 모피 부분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묘미를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살바도르 달리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이었나요?)은 저도 갔는데 저에게는 오히려 그때가 사람이 적었습니다. 역시 조소는 애들이 독인가요 ;
머언산 2007/08/11 23:22 L R X
트랙백이 걸렸길래 찾아와 봤습니다. 즐거우셨던 모양이군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잠시 둘러 보고 가겠습니다
찬민 2007/08/19 13:25 L X
반갑습니다. 종종 오세요.
Lucypel 2007/08/26 15:43 L R X
트랙백 보고 왔습니다. ^^
저는 도슨트 설명도 좋지만 사람 많은 걸 너무 싫어하는지라 도망다니면서 구경하곤 하지요.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작품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곤 해서 그런 작품을 피해서 보기도 하는군요. (먼산)
찬민 2007/09/03 10:22 L X
블로그 보니깐 축구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오디오 가이드도 수량이 모자라서
대기 시간이 한참 걸리더군요.
큰 전시는 역시 이래저래 여유가 없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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