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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테이너_papertainer museum
미술나들이 | 2007/02/17 21:15


종이로 세우고 상자로 쌓다


디자인하우스가 서른살 먹은 기념으로 미술관을 하나 뚝딱지었다. 삼백쉰세개의 종이관을 세우고 백육심육개의 컨테이너를 쌓았다. 그리고 그리스 신전을 닮은 이 커다란 조립식 건물에, 종이와 컨테이너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페이퍼테이너(papaertainer)'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우리가 2006년 마지막 달에 페이퍼테이너를 찾은 것은 전시보다는 미술관 자체의 매력이 컸고, 우연히 얻은 초대권의 영향도 컸다. 우리가 페이퍼테이너에 들어설 때는 해가 슬슬 넘어갈 채비를 하는 때였다. 그래서인지 그 안은 꽤 어둑어둑하고 쌀쌀했다. 전체적으로 조명이 밝지 않았고, 난방은 허술한 편이었다. 조명은 작품 관람에 큰 영향이 없었지만서도 난방은 아쉬웠다. 손이 살짝 시려웠다.


건물 앞쪽은 컨테이너 중심으로 지은 '컨테이너 갤러리'이다. 그냥 보기에도 컨테이너 쌓인 모습이 딱 보인다. 전체적으로 직육면체 형태의 공간인데 이벤트홀이나 창고같은 느낌도 풍긴다. 컨테이너 갤러리에서는 전시 '브랜드를 밝히다(spotlight 30 brands)'가 진행 중이었다. 서른 명의 작가가 브랜드 서른 개를 주어진 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표현했다. 그 한정된 자리에 관객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게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 또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기 위해 거울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여러 작품 중에는 작품만 봐도 브랜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 있고, 작품을 보고 브랜드를 봐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있고, 작품을 보면서 브랜드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인 나난의 윈도우페인팅 작품도 세번째 경우였다. 그녀의 페인팅, 조명, 음향, 공간 구성 등이 절묘하게 화음을 내뿜었는데, 그 화음이 참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시원한 이른 아침에 촉촉히 젖은 오솔길 같은 맑은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코비스코퍼레이션 제니스웰이라는 브랜드를 표현한 것이다. 이 브랜드는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인지라 작품에 브랜드가 묻혀버렸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읽은 영화잡지에도 이 작품이 소개되어 몹시 반가웠다. 전체적으로 '브랜드를 밝히다'는 사실 예술을 끌어들인 커다란 프로모션 모음집이었다.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더 재미있고 유익한 전시가 되었다.



뒤쪽은 종이관을 죽 세워 벽을 만든 '페이퍼 갤러리'이다. 길고 굽은 복도로 구성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갤러리'의 느낌이다. 여기서는 '여자를 밝히다(spotlight 20 women)' 전시를 하고 있다. 여자를 밝힌다는 말에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말자. 빛을 비춘다는 의미니까. 이번에는 역사에서 강력한 포스를 내뿜은 여성들을 작가 서른 명(실은 좀 넘지만)이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해석으로 재조명했다. 김중만, 정구호, 낸시랭, 김점선같이 유명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그 작가들의 영역도 다양해서 재미있다. 다만 작가는 다양한데 작품은 대개 사진이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디지털프린트였다. 혼합재료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주제로 다룬 여성은 우리가 종종 언급하는 인물부터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인물까지 여러 사람이었다. 그 중에 어우동을 다룬 작품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에로티시즘이 강세를 보이는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면서, 성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어우동도 당대에 어마어마한 섹스스캔들을 일으킨 인물이니까. 그리고 또 설명이 인상적인던 인물은 소서노이다. 최근에 드라마 '주몽'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나라 두 개를 세운 여성"이라 적혀있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대단하다. 이 밖에도 역사 속에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 등을 뽐낸 여성들이 여럿 소개되었다.

페이퍼 갤러리를 돌고 나온 쪽 컨테이너 갤러리에서는 디자인하우스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작이 프린트된 엽서나 포스터 등을 팔고 있었는데 엽서라도 몇 장 골라볼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은 약간 후회되기도 한다. 살걸! 디자인하우스에서 펴내는 잡지도 할인 판매 중이었다.

나오니까 해가 완전히 넘어가서 깜깜하다 배도 고파서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명에 비친 페이퍼테이너가 멋지다. 조명발을 받아서 화려하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훌륭하다기 보다는 그냥 재미있었다. 이 내용에 입장료 만원이면 너무 비싸다. 돈이 아깝다 싶을 것이다. 다만 우리처럼 초대권으로 무료 입장한다면 가볍게 즐길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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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2007/02/27 00:08 L R X
코엑스에서 전시? 아무튼 디자인 관련 행사할 때 항상 디자인하우스 부스 있으니깐 거기서 사도 돼~
찬민 2007/03/03 20:01 L X
디자인하우스 잘 나가는구만. ㅋㅋ
이 전시 때 나온 작품 엽서도 팔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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